기타 이야기

카셀 | 2008.11.21 16:58 | hit. 21667

기타의 매력

기타(Guitar)는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지닌 악기이다. 기타는 그 속에 불꽃같은 정념(情念)을 갈무리하고 있는 카르멘(Carmen)과 같은 여인이며, 그 음색이 너무도 관능적이고도 매혹적이어서 카르멘과 사랑에 빠진 이후 주체할 수 없는 숙명의 굴레에서 허우적대던 돈 호세(Don Jose)처럼, 나로 하여금 10살 때 첫사랑을 시작한 이래 아직도 사랑에 목말라 애태우게 만드는 악기이다. 기타는 그 모양새부터가 여체를 닮아있다. 울림통의 가운데는 잘룩하게 들어가서 여인의 허리를 연상케 하며, 그 아래로 이어지는 부드럽고 풍만한 곡선은 영락없이 성숙한 여체를 연상케 한다.

잘룩한 허리를 무릎 위에 누이고 풍만한 하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기타리스트의 모습은 무척이나 관능적이다. 마치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처럼... 기다랗게 목을 빼고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던 여인이 그대로 굳어져 기타로 환생한 것은 아닐까?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전형적인 기타의 반주형식을 모방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타는 사랑을 노래하는 가장 적합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비우엘라(Vihuela)의 아름다운 모습. 16~7세기에 스페인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쇼팽의 "기타만큼 아름다운 음색을 내는 악기는 없다. 아마도 기타 2중주를 제외한다면..."이라는 말처럼 기타는 혼자서 연주해도 아름답지만 둘이서 연주하는 이중주의 매력은 각별하다. 같은 악기 2개가 어울려 기타보다 아름다운 매력을 발산하는 악기를 나는 알지 못한다. 2대의 바이올린이 그런가? 아니면 2대의 피아노가? 기타는 때론 격렬하게, 때론 달콤하게, 때론 촉촉하게 우리의 메마른 영혼을 적셔준다.

기타는 선율악기이기도 하지만 화성적인 악기이며 리듬악기이기도 하다. 라스게아도(Rasgueado) - 손가락 전체를 사용해서 격렬하게 리듬을 표현하는 기타의 연주법 - 로 연주하는 기타의 섬세한 리듬감은 그 어떤 악기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기타는 그 자체로 완벽한 악기라서 그런지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참여하지도 않고 홀로 고고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악성 베토벤은 기타를 일러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기타는 바로크 음악에 잘 어울리는 악기이지만 고전파, 낭만파 음악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그리고 기타는 현대음악에서 기막힌 매력을 발산한다. 영국의 현대작곡가 왈톤(W. Walton:1902~1983)이 작곡한 《Five Bagatelles 5개의 잡동사니》를 들어 보면 기타가 얼마나 현대적인 정서에 잘 어울리는가를 알 수 있다. 자! 이제 스페인 기타음악의 원류를 찾아서 머나 먼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기타가 스페인 민중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스페인 사람들의 심성을 대변해주는 악기로 정착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은 이러하다.

대음악가 지르얍이 스페인에 남긴 유산


서기 63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Mahomet:570?~632)가 후계자(칼리프 Caliph)를 지명하지 않은 채 사망하자 정통 칼리프를 자처하며 최초의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 우마이야 왕조(Umayyad dynasty:661~750)는 다마스커스에 수도를 두고 한 때 동으로는 중국의 당(唐)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서로는 북아프리카 전역과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는 아랍 최대의 제국이었다.

우마이야 가(家)와 인척관계인 압바스 가(家)는 750년, 우마이야 가(家)의 왕족들을 연회에 초대해서 모조리 죽임으로써 우마이야 왕조를 무너뜨리고 바그다드를 수도로 하는 압바스 왕조(Abbas dynasty:750~1258)를 세운다. 80여명의 왕족들이 살육을 당한 이 와중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왕자 압둘 라흐만 1세(Abd al Rahman I)는 압바스 가(家)의 추격을 뿌리치고 어머니의 고향인 북아프리카의 세우타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현재의 스페인)의 꼬르도바(Cordoba)에 있던 우마이야 왕조의 직할령을 접수함으로써 후기 우마이야 왕조(756~1031)를 연다.

압둘 라흐만 1세(재위:756~788)는 압바스 왕조에 대한 적개심으로 꼬르도바를 바그다드에 뒤지지 않는 도시로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하게 되며, 압둘 라흐만 2세(재위:822~852) 때에는 "바그다드를 따라잡고, 앞지르라"는 정책에 따라 스페인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문화정책에도 힘을 기울여 바그다드로부터 쫓겨난 대음악가 지르얍(Ziryab, 본명은 아블 하산, Abul-Hasan 789~857)을 꼬르도바로 초빙한다.



(대음악가 지르얍. 지르얍은 "검은 새(Blackbird)"라는 뜻이다.)



(지르얍의 이동경로. 지르얍은 바그다드에서 쫓겨난 이후 각 지역을 전전했는데 가는 곳마다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지르얍은 바그다드의 궁정음악가 이스하크(Ishaq al-Mawsili)의 제자였는데 약관의 나이에 4현 우드(Al-Ud) - 탄현(彈絃)악기의 일종으로 류트의 선조가 된다 - 를 5현으로 개조하여 연주한 천재였으며, 나무 조각으로 줄을 퉁기던 것을 독수리의 발톱을 사용함으로써 연주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게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승을 능가하는 넘치는 재능 때문에 결국 쫓겨나게 된 것이었다. 꼬르도바에 온 지르얍은 스페인 각지에 유럽 최초의 음악학교를 세워서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한편 스페인 전역에 남아있는 민요를 정리하였다.

지르얍이 스페인 음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여 스페인에는 유능한 음악가들로 넘쳤으며 스페인 사람들의 뛰어난 음악성은 이 때에 토대가 만들어졌다. 압둘 라흐만 3세(재위 929~961)때의 스페인은 유럽 최고의 문화국가였다. 당시의 꼬르도바는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700개, 병원이 50개, 학교가 17개, 공중 목욕탕이 900개에 달하는 인구 80만의 유럽 제일의 거대도시였으며,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었고 밤에는 가로등까지 켜져 있었다고 한다.

비우엘라(Vihuela)에 대하여

기타(Guitar)의 어원은 그리스 시대의 리라(Lyra)와 비슷하게 생긴 키타라(Kithara)에서 유래된 것인데 이 악기는 목이 없기 때문에 기타의 직접적인 선조는 아니다. 기타의 기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체로 아랍민족이 들여온 `우드`, `네페르`, `반두라` 등과 같은 악기에서 유래되어 스페인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16세기 무렵, 유럽에서는 류트(Lute)가 유행했으나 스페인에서는 비우엘라(Vihuela)가 유행하였다. 비우엘라는 5줄을 가진 탄현악기로서 기타의 직접적인 선조가 되는데 현대기타에서 6번 줄을 뺀 것과 같으며, 공명통이 현대 기타에 비해 작으며 겹줄(course)을 사용하였다.

원래 비우엘라는 현악기를 총칭하는 말이었다. 손으로 줄을 퉁기는 비우엘라 데 마노(Vihuela de mano, 손의 비우엘라), 활로 줄을 마찰시키는 비우엘라 데 아르꼬(Vihuela de arco, 활의 비우엘라), 새의 날개로 줄을 퉁기는 비우엘라 데 페뇨라(Vihuela de penola, 날개의 비우엘라)가 있었으나 비우엘라라고 하면 그냥 `비우엘라 데 마노`를 지칭하는 것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16~7세기는 비우엘라의 황금기였다. 루이스 밀란, 루이스 데 나르바에스, 알론소 무다라, 가스파르 산스와 같은 비우엘라 주자들이 앞을 다투어 연주곡집을 출판하였는데 음악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며 음악적으로도 높은 예술성을 담고 있다.

기타음악의 고전들

작곡 : Luys Milan

곡명 : El Maestro 중 Pavana I

연주 : Hopkinson Smith(Vihuela)




(루이스 밀란(Luys Milan 1500~1566)의 《거장 El Maestro, 1536》음반 표지)




(Luys Milan의 "El Maestro"에 수록된 그림.)


루이스 밀란(Luys Milan 1500~1566)《거장 El Maestro》은 1536년 스페인의 발렌시아에서 출판된 비우엘라 곡집으로서 파바나(Pavana), 판타지아(Fantasia)와 같은 독주곡들은 물론이려니와 비우엘라 반주의 소네토(Soneto 시에 붙인 노래), 비얀시코(Villancico 전원풍의 노래), 로만세(Romance 이야기식의 노래)와 같은 당시의 음악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보물창고이다. 흔히 판타지아(환상곡)라고 하면 자유로운 형식에 의한 연주곡으로 알고 있는데 이 시대의 판타지아는 엄격한 대위법적 기법에 의한 곡으로 자유로운 환상에 의한 곡과는 거리가 있다.

루이스 밀란의 파바나는 오늘날에도 즐겨 연주되는 작품인데 이 시대는 아직 플라멩꼬 음악이 생겨나기 이전이라서 `스페인 음악=플라멩꼬 음악`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음악이며, 플라멩꼬적인 잡티(?)를 걷어낸 스페인 전통음악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루이스 밀란의 보물창고를 차례로 뒤지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500년 전의 스페인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이 음반에서 노래하는 피게라스의 호소력 있는 노래가 일품인데 그녀는 고음악의 대가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의 부인으로서 특히 고음악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다. 부부가 한평생 같은 분야에서 함께 공부하며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게 느껴진다. 프랑스의 레이블인 아스트레(Astree)에서는 비우엘라 주자 홉킨슨 스미스와의 콤비로 스페인의 고음악 부문에 많은 음반을 내고 있는데 모두 음악사적인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작곡 : Luys de Narvaez

곡명 : La Cancion del Emperador(황제의 노래)

연주 : Hopkinson Smith(Vihuela)




(나르바에스(Luys de Narvaez 1510?~?)의 《돌고래에 헌정된 6개의 작품집 Los seys libros del Delphin de Musica, 1538》의 음반 표지)


(Quarta diferencia sobre "Quardame las vacas"의 Tablature, Fac-simile)


나르바에스(Luys de Narvaez 1510?~?)《돌고래에 헌정된 6개의 작품집 Los seys libros del Delphin de Musica》은 1538년 바야돌리드에서 출판되었는데 이 곡집에 포함된 디페렝시아스(Diferencias 변주곡 형식)는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s)의 가장 오래된 형태로서 나르바에스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엿볼 수 있으며 음악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들이다. 독주곡인 《황제의 노래》나 《`소를 지켜라`의 주제에 의한 디페렝시아스》를 들어보면 오늘날의 시각에서 볼 때에도 높은 예술성을 간직한 걸작이다.

그리고 로만세(Romance 이야기식의 노래)인 《무어왕이 거닐며 Paseabase el rey moro》도 유명한데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다. 1492년, 무어인에 의한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왕국이었던 그라나다 왕국이 함락됨으로써 이베리아 반도는 700년에 걸친 전쟁을 종식하고 기독교 세력에 의해 통일을 이루게 된다. 무어 왕 보아부딜은 항복문서에 서명하고 북아프리카로 추방을 당하는데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갈 때 석양에 붉게 물든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 - 알함브라는 `붉은 성`이라는 뜻이다 - 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며, 이 언덕을 `한탄의 언덕`이라고 부른다. 《무어 왕이 거닐며》의 가사 내용은 이렇다.

무어 왕이 그라나다 시내를 거닐고 있었다.
왕에게 알함브라 궁전이 함락되었다는 편지가 전달되었다.
아 슬프도다 나의 알함브라여!

무어 왕은 편지를 불 속에 던지고 메신저를 죽였다.
그리고 사카틴 거리를 지나 알함브라 궁전으로 올라갔다.
아 슬프도다 나의 알함브라여!

알함브라에 도착하자 무어 왕은 즉시
무어 식(式)의 은빛 나팔을 불도록 명령했다.
아 슬프도다 나의 알함브라여!

작곡 : Alonso Mudarra

곡명 : Fantasia que contrahaza la Harpa en la manera de Ludovico

연주 : Hopkinson Smith(Vihuela)



(알론소 무다라(Alonso Mudarra 1510~1570?)의 《비우엘라를 위한 세 권의 곡집 Tres Libros de Musica en Cifras para Vihuela, 1546》 음반 표지)

(알론소 무다라(Alonso Mudarra 1510~1570?)의 《비우엘라를 위한 세 권의 곡집 Tres Libros de Musica en Cifras para Vihuela》표지)

알론소 무다라(Alonso Mudarra 1510~1570?)《비우엘라를 위한 세 권의 곡집 Tres Libros de Musica en Cifras para Vihuela》은 1546년 세비야에서 출판되었는데 그의 뛰어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곡집이다. 특히 이 곡집에 실린 《루도비코 주법에 의한 환상곡》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당시의 하프주자인 루도비코(Ludovico)의 연주법을 모방한 무척 재미있고 세련된 작품이다.

비우엘라의 줄마다 다른 음색과 개방현(손가락으로 줄을 누르지 않고 퉁기는 것)을 적절히 이용하여 여음이 지속되는 하프의 효과를 기막히게 표현하고 있으며, 과감하게 불협화음을 사용한 획기적인 작품으로서 무다라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걸작이다. 16세기에 이처럼 수준 높은 작품을 작곡하였다는 것은 음악사적으로 무척 드문 일이다.

이 곡집의 제목을 보면 `Cifras`란 말이 나오는데 이는 `숫자` 또는 `암호`라는 의미로 타블래추어(Tablature)를 지칭한다. 타블래추어란 악보를 기보할 때 음의 높낮이를 직접 표기하지 않고 악기의 위치를 표기하던 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이 곡집은 타블래추어 악보로 출판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시의 기타나 류트는 대부분 타브 악보로 출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다. 타레가의 제자 에밀리오 푸홀은 무다라의 이 곡집을 연구하여 각각에 번호를 붙였다. 같은 타레가의 제자인 료베트가 화려한 연주가로서 명성을 떨쳤다면 푸홀은 연주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학구적인 업적을 남기고 있다.

음악은 선율 구조나 화성적인 색채도 중요하지만 연주의 재미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 차례 다녀간 가주히토 야마시타가 기타독주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했을 때 그 초절적인 기교에 혀들 내두른 적이 있다. 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비록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표현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연주의 재미를 한껏 느껴볼 수 있었다.

무다라의 이 작품은 기타리스트가 즐겨 연주하는 곡인데 원래대로 비우엘라로 연주하는 것이 예스런 맛이 느껴져서 더 좋다. 홉킨슨 스미스는 명인기적인 기교를 과시하지 않고 학구적인 스타일의 성실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작곡 : G. Sanz

곡명 : Pavana

연주 : Ernesto Bitetti(Guitar)



(산스(G. Sanz 1640~1710)의 《스페인 기타음악의 교정 Instruccion de Musica sobre la Guitarra Espanola, 1674~5》의 음반 표지)



(Canarios의 Tablature, Fac-simile)

산스(G. Sanz 1640~1710)《스페인 기타음악의 교정 Instruccion de Musica sobre la Guitarra Espanola》은 1674~75년 사라고사에서 출판되었다. 필자가 대학시절에 나르시소 예페스(N. Yepes 1927~1997)의 연주로 들었던 《스페인 모음곡 Suite Espanola》은 바로 이 작품에서 발췌하여 모음곡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으나 스페인 전통음악에 대한 동경과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16년 전에 내한했던 예페스가 10현 기타로 이 곡을 멋지게 들려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예페스의 연주는 산스의 작품 중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전체적인 모습은 1년 전에 구입한 `Orphenica Lyra`라는 단체가 연주한 음반을 통해서이다.

스페인의 현대 작곡가 로드리고(J. Rodrigo 1901~1999)가 이 곡집에서 주제를 가져와 신고전주의적인 수법으로 완성한 작품이 바로 《귀인을 위한 환상곡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이다.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기타의 독주가 나오는 아름다운 이 작품은 300년 전에 활동했던 산스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귀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널리 알려진 《아란후에스 협주곡》보다 이 작품에 더 애착이 간다. 그건 아마도 예페스가 연주한 모음곡의 영향도 있겠지만 옛 것을 좋아하는 필자의 곰팡이(?)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전술한 밀란, 나르바에스, 무다라의 곡집이 스페인 민중들의 숨결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약간 고답적이고 아카데믹한 경향이 강한데 반하여 산스의 《스페인 기타음악의 교정》은 스페인 민중들의 숨결을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이 곡집은 유난히 춤곡을 많이 담고 있는데 춤을 좋아하는 스페인 민중들의 심성을 담고있다. 여럿이 모여 함께 춤을 추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이 음반에서 음악감독을 맡고있는 호세 미겔 모레노(J. M. Moreno)는 스페인 기타음악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하여 `GLOSSA`라는 음반회사를 설립하여 기타음악에 대한 녹음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멋진 사나이다. 그가 피터 필립스(Peter Philips) - 탈리스 스콜라스(The Tallis Scholars)라는 연주단체를 만들어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음악의 아름다움을 오늘에 전하기 위하여 `Gimell`이라는 음반회사를 만들었으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필립스사에 흡수되었다가 최근 다시 독립하였음 - 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자신의 뜻을 계속 펴 나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빠질 수 있는 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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